끄적끄적/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드 보통

iiiijojo 2012. 1. 20. 11:17

 

사랑에 빠진 남자가 1인칭 관점에서 사랑의 감정을 철학적으로 써 내려간 소설책.
베스트 셀러에 있어서 선물용으로 사서 앞부분을 조금 읽어봤는데,,
너무 반했다.!!
저런 주옥같은 표현이라니 ㅠㅡㅠ
오늘 퇴근길에 사서 정독해야겠다. ^^

정독 후에 다시 포스트 완성 해야지!

 


 



16.
사랑 내부의 관점에서는 삶의 우연적 성격을 목적성이라는 베일 뒤로 감춘다. 구원의 연인을 만나는 일이 객관적으로는 우연이고 따라서 가능성이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늘에서 천천히 펼쳐지는 두루마리에는 이미 기록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17.
일이 다르게 풀려나갔다면 클로이와 나는 서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 필연성의 느낌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독특한 면모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 그것은 충격적인 가정이다. 낭만적 운명론은 클로이와 내가 그런 생각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클로이가 내 삶에서 하게 된 역할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해낼 수 있다고 어떻게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녀의 눈이고, 그녀가 파스타에서 물기를 빼고, 머리를 빗고, 전화 대화를 끝내는 모습인데.


회의주의와 신앙
8. 의학사를 보면 자신이 달걀 프라이라는 이상한 망상에 빠져서 살아가는 사람의 사례가 나온다. 그가 언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찢어질까봐" 아니면 "노른자가 흘러나올까봐" 어디에도 앉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의사는 그의 공포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진정제 등 온갖 약을 주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어떤 의사가 미망에 사로잡힌 환자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서 늘 토스트 한 조각을 가지고 다니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앉고 싶은 의자 위에 토스트를 올려놓고 앉을 수가 있고, 노른자가 샐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이 환자는 늘 토스트 한 조각을 가지고 다녔으며, 대체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9. 이 이야기의 요점이 무엇일까? 이 이야기는 사람이 미망[사랑, 자신이 달걀이라는 믿음]에 빠져서 살 수도 있지만, 그것을 보완해주는 것[비슷한 미망에 빠져있는 클로이와 같은 연인, 토스트 한 조각]을 찾아내면 모든 일이 잘될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미망은 그 자체가 해로운 것이 아니다. 혼자서만 그것을 믿을 때,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할 때만 해가 된다. 클로이와 내가 사랑의 노른자위를 말짱하게 보존할 수만 있다면, 진실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