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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책

7막 7장, 홍정욱


그 날 나는 천개의 눈을 가졌다는 버딜론의 밤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반짝이는 수많은 눈들이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나는 몸서리 쳤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오늘이 너무도 위대하고 찬란하게 느껴졌고, 희미하게 사라져감을 거부하고 순간의 연소를 선택해싸는 믿음이 나를 기쁘게 했다. 살아가는 한순간 한순간, 어느 누구도 어떤 경험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눈부시고 당당하게 나의 삶을 살아가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세상 구석구석까지 날아보고, 삶의 정상에도 올라보며 항상 꿈과 낭만을 잃지 않고 살아가리라고 다짐했다.

 별이 눈부신 밤, 이 세상 어느곳엔가 그 별들을 바라보며 똑같은 꿈을 꾸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모든 피곤과 외로움이 눈녹 듯 사라졌다. 저 천개의 눈들처럼 초롱초롱한 빛을 발하는 눈동자들이 이 밤을 밝히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밤, 내가 깨어있음이, 내가 내 삶을 위해 정진하고 있음이 더 없이 행복했다.

 

 

성공이나 명성도 서로 나눠가질 상대가 없으면 허무할 뿐이다. -그레이스-

 

 

한 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들꽃에서 천국을

그대의 손바닥 안에 무한을 담고

시간속에 영원을..

-바이런-

 

 

龍豈池中物 乘雷欲上天

용이 어찌 못속의 물건이랴, 번개를 타고 하늘로 오르려한다.

-삼국지-

 

 

야망은 스스로를 점화하는 힘이다. 삶과 역사에 눈뜨게 하는 자각의 기(氣)이며

삶에의 안주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지켜내는 위대한 의지다.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어온 이들이 범인(凡人)과 다른 점은 그들의 지성도, 힘도, 해탈의 경지에 오른 사상도 아니며 오직 보다 원대한 야망 하나뿐이라고 <역사와의 대담>에서 오리아나 팔라치는 말했다.

 

 

나는 언제나 활짝 핀 꽃보다는 약속에 찬 봉오리를, 소유하는 것보다는 욕망을, 완성보다는 진보를, 분별있는 연령보다는 청소년 시절을 사랑한다. -앙드레 지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 것, 그 것이 삶을 달콤하게 만드는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

 

 

도서관의 퀴퀴한 밀실에서 처박혀 보낸 시간이 반이었지만, 데스코테크의 현란한 조명이나 거리의 분주한 환락속에서 삶의 기(氣)를 잃고 지내지 않을 수 있었음은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