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생 해낸 일 가운데 가장 보람있고 자랑스런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않고 동주의 시를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려 줄 수 있게 한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병욱
동주가 검거된 반년 후, 나는 소위 학병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피차에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마당에 이르러 나는 동주의 시고(詩槁)를 나의 어머님께 맡기며, 나나 동주가 살아서 돌아올 때까지 소중히 잘 간직하여 주십사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동주나 내가 다 죽고 돌아오지 않더라도 조국이 독립되거든 이것을 연희전문학교로 보내어 세상에 알리도록 해달라고 유언처럼 남기고 떠났었다. 다행히 목숨을 보존하여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자 어머님은 명주 보자기로 겹겹이 싸서 간직해 두었던 동주의 시고를 자랑스럽게 내주면서 기뻐하셨다.
<서시> - 연희전문 문과를 졸업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감회를 동주는 이렇게 준엄한 목소리로 다짐한 것이다. 이렇게 비장하고 준엄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시가 그러한 한편의 아름다운 서정시로 설 수 있는 까닭은 관념을 감각화 할 수 있는 천부적 감성때문이며, 대상을 감싸는 따스한 눈길을 이 시인이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순하고도 아름다운 천상물들인 하늘과 바람과 별을 지향하는 그의 시작업은, 도도히 흐르는 시대의 탁류 속에서 더욱 외로운 작업일 수 밖에 없었다.
붓 끝을 따라 온 귀뚜라미 소리에도 벌써 가을을 느낍니다.
- 너의 귀뚜라미는 홀로 있는 내 감방에서도 울어준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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